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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essay from time to time

나의 해방일지의 첫 문장은 무엇일까

writing_cyn 2022. 7. 28. 00:58

좋기만 한 사람.  다 좋기만 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불편한 구석이 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요약으로 보게 된 나의 해방일지.. 평소같으면 그냥 아 다봤다 하고 넘어갔을 건데, 이상하게 계속 보고 싶었다. 김지원 연기도 좋고 요약에서 나온 대사들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드라마에서는 여느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에 대해서도 속시원하게 이야기 해준다.  예컨대 내성적인 사람은 내성적인 대로 그냥 두면 안되는 건가? 같은. 

내성적인 것은 나쁜 것이 아닌데, 우리 사회에서 내성적인 사람은 무언가 열등하게 되어 버리는 것 같다.  

드라마를 본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이 드라마의 핵심, 바로 '추앙'이다. 추앙..... 

언젠가 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어디서 어떻게 왜  그 단어를 들었는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그 상황에서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자신을 추앙하라고 사랑으로는 안된다고 추앙하라는 장면은 잊히지가 않는다. 우선은 왜 저기서 추앙을 하라고 하는거지? 하는 의문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그래 사랑으로는 부족해  우리는 서로 추앙해야해! 라는 느낌으로.. 

그래서 본의아니게 한동안 남자친구랑 사랑해를 추앙해로 바꿔버리게 된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구씨가 미정에게 추앙이 뭔데, 어떻게 하면되는 건데 라고 하니까 미정은 응원하는 거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구나..... 추앙의 곧은 뜻은 응원이 아니지만, 추앙=응원이라는 미정의 말이 납득이 된다. 사랑 대신 추앙을 택한 두 남녀에게 추앙이란 서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삶을 응원해주는 것. 그리고 그것이 바로 현실 속 우리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하고 또 우리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풀어내 버린 게 추앙이 된 거고..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겨울이 오면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 할 일 없이 낮부터 들이마시는 기분 지옥같을 거예요.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 사랑으론 안돼, 추앙해요' 

이 장면을 너무 많이 듣고 보고 되새겨서.. 김지원이 말하기 시작하면 같이 할 정도로.. 

김지원의 연기와 이 대사가 미친듯이 잘 어울려서 너무나 잘 와닿았다. 

 

또 해방. 

국사책에서 몇 번 봤던 단어. 그리고 뭐 지옥같은 대학교 과제나 기말시험이 끝났을 때 잠시 느꼈던 기분 정도? 

'해방클럽이 뭐하는 데야?' 라는 질문에 미정은 '뚫고 나갈거야' 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디로?' 라는 의문에는 창 너머 하늘을 가르킨다. 

뚫고 나간다. 그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나를 괴롭게 하는 어떤 것으로 부터의 해방. 그 의미를 넘어 뚫어서 나가는 것이 해방. 나에게 괴로운 것들을 잠시, 잠시 내 등뒤에 내려놓고 떠나는 것이 해방이었다면, 미정이에게 해방이랑 뚫고, 나가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나의 해방은 진짜 해방이 아니었다. 해방이 아니라 도망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도망갔을 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드라마 속의 각 각의 인물들은 모두 해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결말로 달려간다. 

누구나 가슴 속에 저마다의 해방해야할 과제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무엇일까? 

내가 해방클럽에 가입한다면? 나는 뭐라고 글을 쓸까? 

어리석은 나로부터의 해방? ㅋㅋ 

아니면... ' 50분 전에 지나간 어제를 놓지 못하고 오늘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라서 망설이는 나에게' 미정은 채워지지 않아 무채색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어딜 어떻게 뚫고 나가야하는 지 아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는 모르겠다. 어딜 어떻게 뚫고 나가야 내가 해방이 되는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지. 어렵다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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