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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아의 글 쓰기 좋은 날

내 작은 방, 내 작은 창 너머로 오랜만에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토독 토독또독 또독 어제도 창밖에는 비가 왔는데오늘에서야 나는 토독 토독 빗소리를 듣는다. 비오는 소리가 경쾌해듣기 좋다

남의 행불행이 내게 중요한가? 누가 행복한 만큼 내 행복이 줄어들까? 누가 불행한 만큼 내 행복이 커질까? 답을 알면서도 나는 왜 남의 행불행을 자꾸 들여다보고 내 자신을 갉아먹고 있을까? 내가 불행해서? 내가 남들만큼 행복하지 않아서? 아니그냥 내가 바라던 내가 아니라서, 떳떳하지 못해서, 내가 작아서. 아니 지금 나는 작은 사람인가? 그냥 날 칭찬해줄까? 그래도 살아 숨쉬고 있음에
그렇게 앞으로는 계속 네가 없는 계절들이 날 기다리고 있겠지. 네가 일하던 가게 앞 흐드러진 은행잎도 우리 같이 걷던 눈 쌓인 시장골목도 이제는 없겠지 두 번 다시 돌아올 일도 두 번 다시 찾아갈 일도 없겠지 그렇게 잊혀질거야

몽실몽실 파도같은 구름을 함께 볼 수 있는, 니가 있는 여름, 21년 8월의 여름. 23년 8월은 니가 없는 여름 그래도 난 울지 않아 그러지 않기로 했으니까 행복해 너, 그리고 나도

죽어가던 아이를 방에 데리고 왔다. 정성껏이랄 것도 없이 물만 잘 줬을 뿐인데 새싹이 올라왔다. 이미 갈변한 잎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새로 올라온 잎사귀는 파릇파릇하고 윤기가 나고 싱그러움이 묻어난 새로운 생명 그 자체였다. 식물들에 감사하며 살아오긴 했지만 동물을 확실한 생명이라고 여겼던 반면 식물은 감정도 아픔도 느낄 수 없으니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몸소 느끼진 않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무수히 많은 새싹, 새잎, 꽃봉오리 등을 봤지만 뭔가 이번은 달랐다. 쓰레기통에 버려질 뻔 했던 것이 다시 살겠다고 꼭 힘을 내서, 악으로 힘으로 용쓰면서 새싹을 만들어내는 그 모습에서 생명을 느꼈다. 미안하게도 지금은 다시 내 방에서 쫓겨나 거실로 같지만 .. ㅋㅋ 나의 마음은 1분 1초 마다 바뀌어서. 그래..

죽었다 살았다 생각했다 어차피 한 번 죽었다 살아난 거라고 아니, 진짜 끝났을지도 모르는, 없었을지도 몰랐을 현재를 살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게 반쯤 쉬워졌다 모든 고민이 반쯤 가벼워졌다 모든 날들이 반쯤 대수롭지 않아졌다 1%정도 더 행복해진 것 같다 뭐가 됐든 살아있으니 된 거라고 희망차졌다
말하지 않으면 내가 느낀 감정과 내가 그렇게 해야만 했던 이유들, 내 지금 현재 상태를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는 말하지 않는다. 늘 그랬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나만 참으면 나머지가 행복하다 인격적인 모독을 당한다. 하지말라고 말한다. 다른 방법으로 모독을 당한다. 그래도 참는다. 더 나빠지고 싶지 않아서. 난 말하지 않는데 말한 사람은 더 화가나는 모양이다. 난 말도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는 받는 대로 받는다. 난 스트레스에 취약한데 어떻게 해야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나는 왜 하느님을 믿는걸까 하고 많은 신 중에 나는 왜 하느님을 믿어서 내 자신도 내 마음대로 못하게 됬을까 그 분은 아실까 내가 느끼는 처절함? ... - 조사원은 이것저것 상냥하게 물었다. 나도 상냥하게 대답했다...
-숨 막혀 나는 내 작은 방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나만 들을 수 있게 작게 읊조렸다. 숨 막힌다는 이 세 글자. 그조차도 누가 들어선 안 되니까. 뭐가 이리 힘든걸까. 그냥 이 모든 걸 끝내고 싶다. 나에게 오는 커다란 자극은 내 귀를 거치고 가슴을 거치고 머리를 거치고, 또 그 속에서 복잡하고 부정적이며 긍정적이고 다정한 프로세스를 거쳐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하곤 했다. 그런데 모든 기계가 그렇듯 내 몸도 계속된 자극과 계속된 복잡한 일련의 과정들을 견디지 못하고 맛이 간 것 같다. 작은 자극이 순간적으로 모든 걸 끝낼 수 있는 단 하나의 결말로 이어졌으니까. 그래, 지독한 그 방법을,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그 결말을 생각했다. 매 순간에. '여기서..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난 여기서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