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아의 글 쓰기 좋은 날
0. 여기서 행복할 수 있을까 본문
-숨 막혀
나는 내 작은 방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나만 들을 수 있게 작게 읊조렸다. 숨 막힌다는 이 세 글자. 그조차도 누가 들어선 안 되니까.
뭐가 이리 힘든걸까. 그냥 이 모든 걸 끝내고 싶다.
나에게 오는 커다란 자극은 내 귀를 거치고 가슴을 거치고 머리를 거치고, 또 그 속에서 복잡하고 부정적이며 긍정적이고 다정한 프로세스를 거쳐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하곤 했다. 그런데 모든 기계가 그렇듯 내 몸도 계속된 자극과 계속된 복잡한 일련의 과정들을 견디지 못하고 맛이 간 것 같다. 작은 자극이 순간적으로 모든 걸 끝낼 수 있는 단 하나의 결말로 이어졌으니까. 그래, 지독한 그 방법을,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그 결말을 생각했다. 매 순간에.
'여기서..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난 여기서 행복하기로 다짐했는데. 다시금 내 결심이 뿌리채 흔들리는 걸 느낀다. 난 여기서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어디로 가면 행복할 수 있을까. 결국 내가 갈 곳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어느 곳에도 내 집은 없다.
폭풍같은 자극은 나의 침묵으로 일단락되었다. 나는 내가 이미 죽은 것 같이 느껴졌다. 거울로 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이미 내 얼굴은 죽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걸 알았다. 화가 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바보처럼 머저리처럼 가만히 있으면 모든 고통은 끝난다. 그리고 나는 그게 고통스럽다.
엑셀을 마구 밟았다. 아니 밟기 전 옆자리에 탄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고 있었다. 추월차로로 차를 옮기고 마구 밟는다. 끝이 보이지 않도록 펼쳐진 긴 고속도로와 흐려서 햇빛은 없지만 맑은 구름이 내 시야의 반반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는 어딜까. 나는 어디에 있는 거고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그래도 좋았다. 내가 세개 밟으면 밟는대로 차는 달린다. 나보다 늦게 달리는 차를 추월하고 우월감을 느낀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뭘 믿고 나같은 사람한테 운전대를 맡긴거야'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 핸들을 잡고 있는 이 손으로, 어쩌면 고통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도는 계속 올라간다. 극도로 긴장된 손 끝에서부터 다른 생각이 피어올랐다. '아니, 어쩌면 더 고통스러울지도 몰라'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니니까. 해본적도 없고. 오랫동안 생각하자, 충동적으로 하지말자.
그렇게 아무일도 없던것처럼 시간이 흘러간다. 가슴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친 대화를 거칠수록 더 답답해져가고 말수는 줄어간다.
창밖을 보면서 혼자 아무생각이나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죄책감을 가진다.
죄책감을 뒤엎을 다른 죄책감을.
그래야지만 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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